사진작가 선상근, 우주의 기원, 생명 탄생의 신비체 '갯벌'을 찍는다

“갯벌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역할 하고 싶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우리나라의 갯벌은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작품이었고 다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느꼈다. 지구가 탄생하는 장면. 생명의 기원을 엿본 것 같은 기분이랄까. 지구인들의 원초적인 삶의 뿌리인 바다, 조수가 드나들며 생성된 갯벌은 우리 삶의 근원을 보여주는 듯했다”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상근 작가는 30여 년간 인물사진, 풍경 사진, 수중 사진 등 다양한 사진을 찍어왔지만 슬럼프에 빠져 방향을 거듭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우연이 본 갯벌 풍경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선 작가는 그동안의 모든 일을 접고 갯벌 사진촬영을 평생의 과업으로 여기며 10년 넘게 묵묵히 한길을 걸어가고 있다.

평론가들은 그의 사진에 대해 “생태계의 최후 보루인 갯벌이 힘찬 생동감으로 요동치며,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대지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다”라고 평하며, 사진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선상근 작가 작품> 

 <선상근 작가의 갯벌 사진에는 작품명이 없다. 그는 구석기 화석의 모습에서 부터 나무와 생명이 자라는 모습, 자연과 갯벌이 어우러지는 모습 등 다양한 풍광을 가진 갯벌사진을 편견 없이 직접 그 감동을 느끼면 된다고 말했다.>

갯벌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

선 작가는 자신이 지상 위에서 느꼈던 갯벌의 감동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항공기를 이용, 갯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나 항공 사진 촬영은 날씨변화와 기온, 조수간만의 변화 등 예측할 수 없는 여러 악조건 탓에 어려움이 많이 따르는 작업이었다. 선 작가는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1년을 기다린 적도 많았다고 말한다.

“갯벌 사진 촬영은 촬영 시간과 타이밍, 바람의 변화, 물 때, 달의 변화 등 모든 영향을 받기에 수백 번의 실패 끝에 작품이 완성된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갯벌을 사진에 담기 위해 전국 갯벌을 수백 번 다녀봤고 내가 느낀 그 경외감과 숭고함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선상근 작가는 그야말로 밥 먹고 갯벌 생각만 할 정도로 갯벌 사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갯벌의 근원을 파악하고 그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사진 촬영이 없는 날에도 매일 갯벌에 나가서 갯벌과 대화하고 갯벌의 소리를 귀 기울이며 갯벌의 생태를 파악하고 연구했다.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에서 가장 표피층이 두텁고, 세계 최고의 생물다양성을 지녀 유럽 북해 연안,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조지아 해안, 남미 아마존 강 하구 해안과 함께 세계 5대 갯벌에 속하지만, 너무 흔해 그 소중함을 모른 채 버려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평소 늘 보던 아무렇지 않은 갯벌을 나의 사진을 통해 그 숭고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우리 삶의 태도 그리고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선 작가는 자신이 처음 느낀 생명 탄생의 기원을 간직한 갯벌의 모습을 아직 사진에 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갯벌을 더욱 사랑하고 연구하면서 갯벌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인에게 전하는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외로운 길을 걸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의 근원 갯벌’, ‘숭고미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갯벌사진 전시회를 했으며, 앞으로 ‘아름다운 대한민국 관광유산 갯벌’, ‘갯벌과 인간과의 공존’ 등을 주제로 전시를 할 계획이다.

선 작가의 고향 친구는 그를 가리켜 “순수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갯벌사진에 목숨을 건 존경할만한 친구”라고 말했다. 선상근 작가의 갯벌사진에 대한 열정과 예술혼은 마치 진리를 찾는 구도자의 경외로운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